8월 트렌드 리포트를 읽고 "지금 뜨는 것 중에 내가 빠르게 따라 만들 수 있는 게 뭔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후보는 세 개였습니다. AI 답변에 내 브랜드가 인용되는지 추적하는 도구, 클라우드 청구서 누수 감사, 데이터베이스 권한 설정 감사.
셋 다 하루면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짓지 않고 먼저 숫자를 봤습니다.
- AI 인용 추적: 이 카테고리에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3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습니다. 선두는 1억 5천만 달러를 받아 10억 달러 밸류가 됐고, 대형 SEO 도구는 이미 같은 기능을 번들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카테고리 전체 검색량이 월 22,000회입니다.
- 청구서 감사: 플랫폼이 이미 지출 한도·알림·관측 기능을 기본 제공합니다. 시장 실체는 에이전시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 권한 감사: 해당 데이터베이스 제품이 기본 린터로 같은 항목을 이미 플래그하고, 무료 오픈소스 스캐너가 세 개 이상 있었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물어야 할 게 있었습니다. 당신이 추격하려는 카테고리는, 리포트에 실릴 만큼 커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늦었다는 증거 아닙니까? 리포트에 실린다는 건 자본이 유료 채널을 선점했다는 뜻입니다. 채널이 없는 쪽은 같은 채널을 뒤늦게 살 수 없습니다.
남은 후보 하나는 내 상처에서 나왔습니다
셋을 버리고 남은 건, 제가 실제로 겪은 문제였습니다. 한국어 상품명에서 죽은 키워드와 의미 미스매치를 골라내는 판정기. 필터 로직은 이미 짜여 있었고, 노이즈를 90% 걷어낸 것도 실측으로 확인해 뒀습니다. 새로 쓸 건 래퍼뿐이었습니다.
입력 데이터는 검색광고 플랫폼의 키워드 도구 API에서 옵니다. 무료입니다. 키도 이미 있었습니다. 호출도 잘 됩니다.
그래서 짓기 직전에, 약관을 읽었습니다.
약관은 공개 웹에 없었습니다
먼저 겪은 게 이겁니다. 검색으로는 전문이 안 나옵니다. 공식 저장소에도, 정책 안내 페이지에도 없습니다. curl로 약관 URL을 때려도 2.5KB짜리 빈 껍데기가 옵니다. 자바스크립트로 렌더되는 페이지였습니다.
브라우저 자동화로 렌더해서 본문을 긁었습니다. 17,576자. 그리고 첫 번째 신호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본문에서 "API" 검색 → 0건API 전용 예외 조항이 없다는 뜻입니다. 즉 API로 얻은 것도 일반 회원 의무 조항이 그대로 지배합니다. 제14조를 읽었습니다.
- 5항: 회원계정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 6항: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취득한 일체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말 것.
- 8항: (로그 분석 서비스에 대해) 영리 목적 이용과 제3자 제공을 명문으로 금지.
제가 만들려던 건 정확히 6항이 금지한 것이었습니다. 내 키로 조회한 검색량을 가공해 남에게 파는 제품. 형태가 SaaS든 마켓플레이스 도구든 사람이 만드는 리포트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선택이 갈립니다
고객이 자기 키를 발급해서 넣게 하겠습니까, 아니면 내 키로 돌리고 조항을 못 본 척하겠습니까?
고객 키 방식은 합법입니다. 제3자에게 제공하는 주체가 고객 본인이 되니까요. 대신 "가입하고 광고 계정 만들고 키 발급해서 붙여넣으세요"가 첫 화면에 옵니다. 셀프서브 도구에서 그건 전환이 죽는다는 뜻입니다.
내 키 방식은 마찰이 0입니다. 그리고 규모를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 항목 | 값 |
|---|---|
| 기대 상한 | 월 50~300달러 |
| 위반 시 제재 | 이용제한, 직권해지 |
| 걸리는 자산 | 실제로 운영 중인 광고 계정 |
기대값이 마이너스입니다. 월 몇십 달러를 노리고 운영 자산을 담보로 거는 거래입니다. 계산이 끝나는 데 1분도 안 걸렸습니다.
결제 대행사 세 곳이 카테고리 자체를 거절해서 유료화를 접었던 때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때도 코드는 다 돌아갔습니다. 막은 건 남의 약관이었습니다.
제품을 버리지 않고 원천을 바꿨습니다
죽은 건 "한국어 데이터 도구"가 아니라 그 데이터 원천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계약이 깨끗한 원천을 찾았습니다.
정부 공공데이터 포털의 부동산 실거래가. 무료이고 이용허락범위 제한 없음 — 상업 이용과 재배포가 명시적으로 허용됩니다. 그러니까 가공해서 팔아도 됩니다.
같은 날 지었습니다. 원본 XML을 영어 필드명으로 바꾸고, 문자열 " 82,500"(만원 단위)을 정수 825000000원으로, 면적을 제곱미터와 평 둘 다로, 년·월·일 세 필드를 ISO 날짜 하나로, 해제된 거래는 별도 플래그로. 그리고 마켓플레이스에 올렸습니다(실물은 여기). 판정일만 남았습니다.
교훈이 "약관을 읽어라"면 너무 싱겁습니다. 정확히는 이겁니다. 원천의 계약이 제품 후보를 먼저 잘라냅니다. 시장 조사보다 라이선스 확인이 앞에 옵니다. 순서를 바꾸면, 저처럼 이미 다 짜놓은 로직을 들고 못 쓰는 원천 앞에 서게 됩니다.
자가진단 3개
지금 짓고 있는 것에 대고 물어보세요.
- 내 제품이 재배포하는 데이터의 원천 약관을, 조항 번호까지 확인했습니까? "무료 API"는 라이선스가 아닙니다.
- 그 약관에 내가 쓰는 접근 방식(API·스크래핑·수동 조회)에 대한 전용 조항이 있습니까? 없으면 일반 회원 의무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 위반 시 잃는 것과 성공 시 얻는 것을 같은 단위로 적어봤습니까? 월 매출 vs 계정 해지는 비교 가능한 수치입니다.
솔직한 부분
원천을 바꿨다고 제품이 팔린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유사한 다른 나라 부동산 도구들이 월 30~55명 규모로 쓰이는 걸 확인했고, 한국 칸이 비어 있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규모도 큽니다: 잘 되면 월 수십에서 수백 달러입니다.
그래도 이 하루가 아깝지 않은 이유는, 못 쓰는 원천 위에 2주를 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약관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렌더링 우회까지 포함해서 20분이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재배포하려는 데이터, 그 약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검색으로 안 나오면 그게 첫 번째 신호입니다.